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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의 소리] 나를 찾는 진짜 여행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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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삼달차 작성일19-07-18 04:11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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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안정된 직장, 내 집 마련으로 대변되는 ‘정착’을 추구하지만, 내면으로는 ‘여행의 열망’이 잠재돼 있다. 그래서 누군가는 인간을, 여행하는 인간이란 뜻의 ‘호모 비아토르’라 명명하지 않았던가. 우리네 인생 자체가 미지의 길을 걷고 또 걷는 일종의 여행인 것 같다. 이 여행의 종착지에서 천상병 시인처럼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여름이 깊어가면서 수많은 사람이 휴가에 나서고 있다. 일상과 비교하면 여행은 매우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내 경우 여행의 며칠은 일상의 1년보다 훨씬 더 깊은 잔상을 남긴다. 그만큼 여행은 우리 삶의 영감과 에너지가 집중되고 또 회복되는 소중한 시간이다.

나는 종종 아무 계획 없이 혼자 떠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젊은 시절 어느 여름날, 갑자기 어딘가로 떠나고 싶었다. 간단히 짐을 챙기고 서울역으로 가 “아무 데나 주세요” 라고 객기를 부렸다. 매표소 누나는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며 퉁명스럽게 표를 건넸다. 부산행 표였다. 밤새 열차를 타고 난생처음 부산에 갔다.

부산을 돌아다니다 거제까지 갔는데 말로만 들었던 해금강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태풍 예보가 떠 해금강으로 가는 배를 띄울 수 없단다. 아무도 없는 부둣가에서 실망한 채 민박집에 머물렀는데 그날 밤 나는 처음으로 거대한 폭풍이 몰아치는 바다를 만날 수 있었다. 집어삼킬 듯 몰려오는 파도 앞에서 신비로운 영적 체험을 했다. 그날 밤은 폭풍 속에서 주님을 만난 ‘내 인생의 욥기 38장’이었다.

소심한 모험이었지만 나는 이 1990년 여름을 평생 잊을 수 없다. 며칠간 혼자 많은 생각을 했다. 막연한 두려움으로 가득한 내 인생을 잘살아 보자는 용기를 품고 서울로 돌아왔던 것 같다. 이후 나는 시간이 나면 계획 없이 차를 타고 길을 나선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 목적지 없이 즉흥적으로 달리다 보면 결국 바다를 만나게 된다. 그 바다는 언제나 나를 반가이 맞아준다.

2007년 여름, 나는 당시 사역했던 교회 청년들과 특별한 계획 없이 낡은 승합차를 타고 길을 떠났다. 모두 묘한 기대감으로 출발부터 들떠있었다. 이때 나는 막 구입한 록밴드 YB의 새 앨범을 틀었다. 여행 내내 이 앨범을 반복해 들었는데 우리는 모두 두 번째 트랙 ‘나는 나비’에 그야말로 꽂혀 버렸다. “날개를 활짝 펴고 세상을 자유롭게 날 거야. 노래하며 춤추는 나는 아름다운 나비!”

여행을 마칠 때쯤 교회의 모범생 청년들은 차 안에서 미친 듯이 이 노래를 따라 부르며 일상을 박차고 떠난 자유를 만끽했다. 나는 이 발랄한 청춘을 옥죄는 모든 상황에 문득 서글퍼졌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라는 예수님 말씀을 진지하게 돌아봤다. 언제부터 기독교 복음은 이 위대한 자유를 상실한 것일까.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시시포스는 영생을 탐냈다. 마침내 신에게 영생을 훔치지만 그 대가로 그는 끝없이 바위를 산꼭대기로 밀어 올리는 형벌을 받는다. 아무 의미 없이 반복되는 끔찍한 돌 굴리기! 이쯤 되면 영생은 오히려 끔찍한 저주다. 실존주의 철학이 말하는 ‘부조리’(absurdity)란 이런 일상의 허무에서 출발한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우리는 이 반복적 일상을 살고 있을까. 그리스도인에게 거듭남이란 죽음 이후의 영생뿐 아니라 일상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영적인 능력이다. 여행을 통한 인생의 성찰은 그렇게 반복적 일상을 구원하는 힘이 있다.

7월이면 많은 사람이 일상에서 벗어나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일탈을 꿈꾼다. 누군가는 여기저기 인터넷 사이트와 블로그를 돌아다니며 알차게 여행을 계획한다. 고민 없이 패키지 상품을 구입하기도 한다. 또 다른 누군가는 교회 수련회에 금쪽같은 휴가를 헌납한다. 이 모든 여행이 다 의미가 있지만, 올여름은 나만을 위한 계획 없는 여행을 떠나 보면 어떨까. 어쩌면 그동안 서먹했던 나 자신을 만나고 일상을 구원하는 신비를 경험할지 모른다.

윤영훈(성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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